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내 영혼 축복의 땅. 광야에서

펌) 자연분만 하고 나흘 입원했는데 1500만원, 현실입니다 본문

선교 한국/아 ! 대 한민국

펌) 자연분만 하고 나흘 입원했는데 1500만원, 현실입니다

อารีเอล 아리엘 ariel 2025. 1. 24. 16:57
큰사진보기
ⓒ marceloleal80 on Unsplash관련사진보기

지난 연말 이주노동자 한 분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태국에서 온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
이주노동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면 의사소통 문제가 가장 먼저 신경이 쓰이는데 이분은 다행히 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과 같이 오셨다.
전날 퇴근할 때쯤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이 생겼는데 지금까지 계속 아프다고 했다.

표정도 많이 안 좋아 보였다.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돼 몇 가지 검사를 먼저 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심전도에서 급성심근경색 의심 소견이 보였다.
당장 심장혈관 시술이 가능한 큰 병원으로 진료 의뢰를 해야 하는데 이 분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서 수백수천만 원의 병원비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법인 사무국장에게 현재 공감센터에서 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협약의료기관 중에 전원 가능한 병원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법인 사무국장이 인근에 있는 협약의료기관에 수소문한 결과 안산 D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고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 환자가 거동이 가능한 상태라서 그 병원으로 바로 가라고 했고 한 두 시간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이분은 우리 병원을 너무 늦지 않게 잘 찾아오셔서 더 나빠지기 전에 건강도 회복하고 진료비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는 2022년 11월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의 지원을 받아서 미등록 이주민 의료비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 의료비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화성시민신문에 소개한 바가 있다
. https://www.hspublic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1884 ).

현재 3차년도 사업을 진행 중인데 매년 지원 문의와 요청이 많아서 예산 소진으로 사업이 조기 종료됐다.
협약을 맺은 이주민 지원단체와 의료기관도 해마다 늘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는 이 사업을 통해 미등록 이주민들의 의료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난해 말부터는 연간 최대 10억 원을 3년간 지원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한 의료비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공감센터는 해당 사업으로 2023년 사랑의 열매 배분사업에서 우수 배분 사례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가 이 사업을 통해 미등록 이주민들을 만나면서 가장 안타깝고 답답했던 것은 '국제수가' 문제였다.
국제수가는 건강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진료를 받을 때 의료기관이 받는 비용이다.
예전에는 미용, 성형 등 일부 비급여 진료에만 국제수가를 적용하고 다른 일반 진료는 건강보험 적용 수가의 100%를 본인이 모두 부담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몇몇 의료기관에서 국제수가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외국인들에게 건강보험 적용 수가의 몇 배를 받기 시작했고,
이것이 빠르게 늘어나 지금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국제수가를 책정해 적용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의료기관에서 얼마나 많이 받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2023년 10월 서울대병원 국정감사 당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국제수가는 같은 국립대 병원인 부산대병원보다 4배 정도 높았다.
이런 문제들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사회적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외국인들이니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 몰라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탐욕스러운 몇몇 상급의료기관들은 국내에 장기간 거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도 국제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국제수가는 말 그대로 죽음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민 A씨는 역시 같은 미등록 이주민인 남편과 함께 살다 지난해 임신했다.
다니던 동네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앞두고 받은 검사에서 태어날 아기의 항문이 막힌 것 같다고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대학병원에서 출산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병원비였다.

자연분만으로 나흘 입원했는데 병원비가 15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비슷한 조건일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내국인의 병원비는 몇십만 원 수준이다.
아무래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미등록 외국인이므로 병원비가 500만~600만 원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했는데 무려 3배 가까이 나온 것이다.

병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할인을 받지 못했고 100만 원당 한 달에 10만 원의 높은 이자로 본국 가족들이 대출을 받아서 병원비를 내고 퇴원했다고 한다.
그나마 미등록 이주민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5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필자는 미등록 이주민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미등록 이주민들의 열악한 현실을 다시 한번 보게 됐다.
어떻게 하면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이런 이들까지 포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이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긴급 의료비 지원제도가 좀 더 확대돼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면 사랑의 열매와 우리 같은 민간단체들이 당분간 좀 더 애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제수가는 다르다.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지금 당장 바로 개선해야 할 문제다.
이 문제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정수씨는 향남공감의원 원장/(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사장입니다.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