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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의 선교 전략
아프간 인질 케이스를 통해 본
한국 선교운동과 선교사, 발행 : 2021년 2월 8일, 서울:GMF Press. 수록면 : 238-262.
이태웅
GMTC 창립원장, 현 GLF 원장
서론
2007년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가 벌어진 지 올해로써 십삼 년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사건은 한국교회와 선교를 하는 모든 분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충격 속에서 여러 사람들은 우리가 선교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불과 열흘 사이에 조선일보는 사설과 논단을 통해 연거푸 7-8번에 걸쳐서 한국교회 자체에 대하여서와 한국교회가 하고 있는 선교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반응은 한국 선교운동이 일어난 이래 매우 보기 드문 사건이다. 대부분 그 내용들은 부정적인 것들이었고, 그 당시 모든 한국 국민들은 인질들이 어떻게 될까봐 하루하루 조바심하면서 지냈다. 이런 틈 사이에 안티크리스챤 네티즌들은 수없이 많은 비난을 한국교회와 선교계에 퍼부었다. 이들 중에 어떤 것은 정당하였고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국교회와 선교계에 대하여 반감을 표시하기 위해 피상적으로 아는 것을 토대로 그들의 불만을 드러내는 감정적 도발들이었다고 생각된다.
교회 내부와 선교계 내에서 나온 한국 지도자들의 발언도 다양했다. 어떤 이들은 “이제는 더 이상 위험한 지역에서 선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교회개척과 전도를 목표로 한 선교는 구舊세대 발상이고 그런 시대는 끝났다라고 언급한 이도 있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선교는 이제부터 반드시 국제단체와 연계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 혼자서 하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또 일각에서는 선교는 지금도 필요하다. 하지만 소위 과시적인 방법이나 현지인들이나 현지인들이 존중하고 있는 가치를 함부로 손상시키는 방법으로나 공격적인 선교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다양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복음주의 교회들의 공통적인 주장은 선교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복음주의 진영 자체에서 나온 것만 종합해 보더라도 다음과 같다. 이번 사건은 불행한 일이었지만 선교는 계속되어야 한다. 짧은 시간 내에 성장한 한국교회의 선교사역으로서는 어디다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하고 있다. 다만 소수의 극단적인 그룹들이나 사람들에 의해서 선교가 방해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잘하고 있다.
우리는 그 사건을 통해서 많은 교훈들을 얻었고, 우리가 선교를 하는 데 있어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미비점들을 많이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비로소 생각하게 된 것이지만 그 사태를 통하여 나타난 약점을 보완하고, 배운 내용들을 앞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아깝게 희생된 분들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위기 상황 속에서의 관리체제 운영, 일반 대중을 향한 미디어를 대하는 방법, 연합운동을 통해 위기관리를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선교를 계속 해나가는 것 등은 그 당시 한국교회와 선교계가 앞으로 시급하게 풀어 나아가야 할 숙제들이라고 인식했다. 마땅히 배워야 했을 교훈들 중에 몇 가지를 더 지적한다면 다음의 것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단기 선교운동의 경우 그 가치가 계속 유지되되 극히 위험한 지역에 사람들을 보낼 때는 충분한 준비와 모든 안전에 대한 대책이 간구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안전하다고 해서 위기관리에 대한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그대로 보내서는 안 된다. 만약 그 면을 무시할 때 아프가니스탄 사태 경우처럼 계속 치러야 할 대가가 클 것이다. 특히 단기 선교의 경우 참여자들을 위한 훈련의 목적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계산된 모험은 하되 무모한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둘째, 일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우리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가도 우리는 이 경우를 통해서 배웠다. 우리는 불필요하게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그들이 교회에 대해서 등을 돌리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오해 때문이든 실제 우리 잘못을 통해서든지 어떤 경우에도 대다수 국민들이 한국교회와 선교계에 등을 돌리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선교지에서 어떤 성과를 올린다 해도 결산을 해볼 때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교회가 국민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것은 어느 때에든지 우리가 최선을 다하여 방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번 실추된 명예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이며, 만약 그렇게 해서라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지 못할 때 한국교회의 위상은 더 깊은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셋째, 우리는 선교의 내실도 기해야 되지만 외부 미디어와 일반 국민들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좀 더 세련되어야 할 것이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말이 마치 한국교회의 입장인 것처럼 전해지기 쉽다. 특히 가톨릭교회처럼 일관성 있는 지도체계나 조직을 갖지 않은 개신교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우리에게는 가톨릭교회보다 많은 자유가 있으나, 또 동시에 위기를 당했을 때 이를 대처하는 데에는 많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선교사역을 하는 데 있어서 위험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세계복음주의연맹 선교위원회World Evangelical Alliance Mission Commission: WEA MC는 한때 현 선교 상황을 혼란messy과 위험이 팽배한 시대라고 평가했다. 해가 갈수록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면 심화되지 더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인식 가운데 우리가 어떤 자세로 선교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나누기 원한다.
글로벌 시대의 선교
앞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같은 위기가 생길 때 주로 국내에서 경험했던 얽히고 설킨 사정만 간단히 언급하였다. 글로벌화 시대Globalize World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선교를 하는 데 있어서 비단 선교대상만 아니라, 선교 파송을 하는 단체들이 있는 국내외에도 많은 지뢰밭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런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어떻게 선교를 해야 될 것인가? 아마 지난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가장 크게 부각된 점이 있다면 과거 서구가 비서구권으로 가서 선교를 할 때와는 천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런 사건을 통해서 글로벌화된 세계에서의 선교는 서구 선교운동이 일어났을 때와 달리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들이 얼마나 다양한가도 알 수 있다. 지난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해서 이를 실감한 바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탁상공론이 아니다.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이며, 우리가 이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때 앞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또 다양한 국제 선교단체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반면에 잘하면 큰 덕을 볼 수도 있다는 교훈도 아울러 받았다.
세계화의 시기를 학자에 따라서 멀리는 종교개혁이 일어난 중세가 끝날 무렵부터 시작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2 또 다른 이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세계화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리 있는 주장들이다. 무엇보다 세계화 현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선교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시작한 것은 현대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인 항공로와 인터넷이 실용화되면서부터일 것이다.
단순히 말하자면 세계화는 세계가 마치 한 지구촌처럼 느끼게 되었다는 뜻이다. 가령 어떤 사건이 지구촌 한구석에서 일어나면 지구촌 곳곳에서도 그 사실을 동시에 알게 되는 소위 유비쿼터스ubiquitous,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것을 아는 것 시대가 온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서 일부 복음주의 운동가들은 이를 세계복음화 시대의 개막과 동일시하기도 했다.3
이처럼 세계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종종 세계화는 현대화와 세속화를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촉진 시킨다. 세계화 자체는 교회와 선교에 엄청난 가능성을 줄 수도 있고, 반면에 폐가 될 수도 있다. 아프간사태가 후자에 속한 좋은 예이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의 경우에 있어서는 세계화가 가공할 정도의 부정적 효과를 우리에게는 물론이고 세계 선교계에까지 안겨다 주었다. 이런 변화된 상황 속에서 이제 우리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선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짚어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대를 향한 선교 전략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준 교훈을 생각하면서 한국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선교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첫째는 단기 전략이다. 둘째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서의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I. 글로벌 시대를 위한 단기 전략
한국교회가 그동안은 하나님께서 특별히 은혜로 허락하신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을 통해 선교지에 기초를 놓고, 선교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급성장의 경험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글로벌 시대의 선교를 위한 대응책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은 위기에 대한 준비와 후속조치와 치유를 위한 준비가 불충분한 가운데 힘차게 달려왔다. 이는 하나님께서 늦게 참가한 선교후발국에 허락하신 유예기간이라 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냉철한 평가를 거쳐서 건설적인 대책들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 이 글은 그것을 위해 대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장이 될 것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전략들을 계속 세워가야 할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우선 급한 대로 지난번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이런 시도가 불필요하게 지연된다면 다음 두 가지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이미 일어난 실수를 반복하여 불필요한 위기를 또다시 불러올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교를 아예 하지 않고 무조건 안전한 쪽으로만 갈 가능성도 크다. 두 가지 다 보이게 안 보이게 큰 손해가 있을 것이 뻔하다. 그러면 장단기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 것인가? 몇 가지 제안을 여기서 하기 원한다.
A. 적절한 위기관리 체제 구성
지난번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였다는 데 있다. 테러 집단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치밀하고 주도면밀하게 행동한다는 점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테러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많은 준비를 한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9/11사태가 좋은 예이다. 물론 지난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그런 정도의 치밀성을 보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지역에서의 선교활동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전략을 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오류에 빠지기 쉽다. 즉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보호하시지 않겠는가”라고 믿고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다.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호하신다고 하셨고, 또 보호하신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해도 괜찮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따라서 앞으로 선교활동, 특히 위험한 지역에서의 활동은 위기 대책을 충분히 세운 다음에 해야 할 것이다.
B. 적절한 사역의 선택
단기 선교는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제한적인 효과를 거두게 된다. 훈련경험의 효과를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즉 교회가 단기 선교를 통하여 교인을 훈련시키는 일이다.4 이런 경험을 한 사람 가운데서 장기로 헌신하고 선교를 할 일꾼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수확이 된다. 그 이외의 효과는 대개 제한적이다. 프로젝트의 일부를 담당한다든지, 제한적인 구제 내지는 의료 사역을 펼친다든지, 아니면 MK 사역을 한다든지, 이러한 것들은 장기 선교사의 사역과 삶과 연계하여 어느 정도의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잘 활용할 경우는 전략적으로 큰 유익을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5
하지만 그 외의 경우는 교회가 단기 선교를 하는 데 있어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이 무엇인가를 고려하고, 어느 정도의 모험을 해야 하고, 위험부담을 질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가령 전쟁의 위험이나, 테러의 위험이 많은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의 나라에서 단기 선교를 해야 할 경우는 거의 모든 경우 경험이 많은 주재 선교사들의 면밀한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면 되도록 삼가야 할 것이다.
그런 경우는 아마추어가 섣불리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이런 지역보다는 오히려 계산된 모험이 가능한 곳을 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봉사사역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봉사활동이나 전도활동이나 그런 지역의 특성상 위험은 동일하고, 반反기독교적 종교인들에게는 이 둘이 구분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대가를 지불할 생각을 하고 그 대가에 걸맞은 선교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장기 선교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이들은 그만한 충분한 준비를 하고 선교지에 들어간다는 전제하에 위험하면 위험한 대로 덜 위험하면 덜 위험한 대로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 또 전문 선교단체의 지도하에 선교 전략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C. 선교 대상에 대한 이해 증진
우리가 선교를 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의 입장과 아울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어떤 것인가를 충분히 고려하게 된다면 많은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무슬림들은 중세에 소위 기독교도들이 벌인 십자군 전쟁을 잊지 못한다. 또 세계화Globalization에 대하여서도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는 서구화Westernization를 의미하며 이는 곧 기독교화Christianization를 의미한다고 믿기가 일수이다.
이처럼 그들은 현 세계화는 서구 기독교 국가들의 입장에서 본 세계화라고 굳게 믿고 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운동 중의 하나가 바로 지하드Jihad-성전이다. 즉 반세계화 운동이다. 이런 관점을 이해한다면 이들의 자존심을 불필요하게 건드리거나 위협을 느끼게 하는 소위 대규모의 과시적 내지는 공격적인 선교 양식은 택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세계교회가 한국 선교계의 취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이 소리 없이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쌓아 올린 공든 탑이 아프가니스탄 사태 같은 것을 통하여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도 그렇다.6 아프간 사태의 경우는 아직도 범세계 교회의 선교계에서 우리가 그로 인하여 끼친 영향을 다 집계하지 못한 상태이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우리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손해와 부정적인 영향을 그들에게 끼쳤다고 보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다만 한국교회를 존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공격을 퍼붓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된다.7
D. 건전한 선교 지침 활용
최근에 서구 선교단체에서 종종 논하고 있는 것은 건전한 선교 지침The Best practice에 관한 것이다.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비록 제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너무 기계적인 대안이라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결국 건전한 선교 지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기 선교를 위한 건전한 선교 지침, 선교훈련을 위한 건전한 지침, 장기 선교를 위한 건전한 지침, 봉사와 구제활동을 위한 지침 등이 그런 것이다.
건전한 지침들은 주먹구구식이어서는 안 된다. 2007년에 발간된 『보존되어야 할 귀중한 사람들』(Worth Keeping, Pasadena: Carey)8에서는 범세계 선교계의 단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고 이들을 구파송국Old Sending Country: OSC과 신파송국New Sending Country: NSC으로 나누었다. 신구 파송국 단체들을 소정의 기준에 따라서 1-10까지 등급을 매긴 바 있다. 상위권을 7-10으로 하위권을 1-3으로 각각 규정하였다.
그런 하위권에 속한 단체가 상위권에 속한 단체가 한 것을 자自단체에 적용시켰을 때 하위권에 속한 단체들도 다 상위권에 속한 단체처럼 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이 경우 상위권 단체들이 하는 것을 건전한 선교 지침The Best Practice으로 채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9
단점은 이런 경우 장시간을 요하는 객관적인 연구를 하여야 하는 데 있다.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교회, 전문 선교단체, 선교사, 행정가, 후원자― 모여서 단기 선교, 장기 선교 등 어떤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가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은 장기 대책과 더불어 단기 조치로서도 바람직한 것이 될 것이다.
E. 컨설팅 제도 도입
컨설팅 제도를 도입하여 선교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각 전문 선교단체는 교회가 컨설턴트를 요구할 경우 그들을 보내어 교회가 실행하고자 하는 선교계획을 컨설팅해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대안도 중요한 전략 중에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은 최소한 두 가지이다. 종전대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선교를 계속하는 것이 그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안전제일주의를 선택해 위험한 곳에서의 선교나 위험한 선교는 일절 하지 않는 것이다.
선교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 둘 중 어떤 것도 채택하지 않으리라 보지만 사실상 우리는 이 두 가지 경우에 대해 공히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적절한 단기 전략을 세워서 주님의 지상명령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순종하여야만 한다.
II. 글로벌 시대를 위한 장기 전략
글로벌 시대의 선교를 위해서는 일시적인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위기를 당했던 계기를 통해서 좀 더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지면 관계상 다음 몇 가지 내용들만 선택적으로 다루기로 하겠다. 즉, 글로벌 선교단체들과의 호환성,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선교행정, 글로벌 시대를 위한 선교사 관리,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선교훈련 그리고 글로벌 리더십 등이 그것들이다.
A. 글로벌 선교단체와의 호환성을 높이라
21세기에 들어와서 선교지로 남아 있는 지역 가운데 더 이상 우리의 힘만으로 선교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이제는 어디에 가든지 각 대륙으로부터 온 다국적 선교사들이 함께 사역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추세는 날이 갈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각지에서 온 선교사들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선교사역을 하려면 한국선교사들도 이제는 글로벌 기준에 의거한 선교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교학은 우리가 글로벌 단체와 호환이 될 수 있는 선교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결부시켜 봤을 때 우리가 보다 폭넓은 선교학적인 이해를 가지고 선교 전략을 세웠다면 그 당시 당면했던 위험부담을 훨씬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선교학적 연구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이슬람 세계를 포함한 타선교지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선先이해는 보다 현실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글로벌 교회와 선교계에 호환되는 선교를 가능케 할 것이다. 선교학적인 이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글로벌 선교단체들과 호환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첫째, 선교학은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선교를 하기 위하여 해당 지역 문화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기여할 것이다. 먼저는 글로벌 상황을 파악하게 할 것이다. 그다음은 보다 철저한 지역연구를 하게 함으로써 선교지에 대한 실정을 정확히 이해하게 할 것이다. 종교, 인구분포, 인종, 지리, 이들의 세계관, 역사 및 문화에 대한 연구는 불필요한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위기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선교사역을 위해서 위기를 감수하면서라도 어떤 일을 행하여야 하는지는 항상 평가를 해야 한다. 종종 선교학은 이런 큰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케이스를 또다시 예로 들어 보겠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이후에 혹시라도 탈레반이 집권하였던 과거와 달리 비교적 개방된 상태가 된다고 가정하자. 그때에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이나, 너무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사역을 펼쳐 그들에게 종교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규정짓는 것들이 바로 그런 연구를 통하여 얻어지는 결실일 것이다.
위험한 지역의 선교는 비단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어디든지 이런 엄격한 평가과정을 거친 후에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 의식 있는 글로벌 선교단체들은 이런 선교학적 검토를 선교사가 새로운 지역에 들어가기 전에는 물론, 통상적으로도 하게 된다. 글로벌 선교단체들이 각각 그런 과정을 통과하고, 또 필요한 경우 자신들의 정보를 서로 교환함으로써 글로벌화된 세계 선교를 보다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둘째, 선교학은 글로벌 시대의 선교를 위해 각 지역별로 어떻게 선교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이슬람권, 불교권, 힌두권, 더 나아가서 중화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가 과연 그 지역에서 어떻게 선교를 해야 할 것인가를 보다 깊이 아는 가운데 선교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 못지않게 많은 경험을 쌓았고, 전문성을 축적하였다고 본다.
아마 한국선교사들만큼 중국 사회에 깊이 들어가 있고, 사역을 효과적으로 하는 선교사들도 드물 것이다. 이런 전문성은 중국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다른 권역으로도 확산시켜 가야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전문성이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편협한 지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글로벌화된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 globalization과 localization과의 합성어 현상이라고 부른다.
즉 글로벌화된 세계에서는 어떤 지역적 전문화도 그 자체로서는 불충분하고, 이를 글로벌화의 관점에서 반드시 재정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우리는 비로소 글로벌 시대의 선교를 다른 글로벌 선교단체들과 함께 협력하여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과할 때 우리는 필경 위기 상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선교학은 해당 지역의 선교역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렇게 발견된 사실은 종종 과거에 어떤 선교 전략이 성공하였으며, 또 어떤 것이 실패하였는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결과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그 지역에서 어떤 식으로 선교를 해야 하는지의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선교지마다 과거에 어떤 선교사역이 있었는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파악하여 똑같은 실수를 거듭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예민한 선교지역일 경우 대단위 집회가 가져다주는 역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사전에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함으로써 뜻하지 않은 극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우리의 부주의로 인해 그런 지역의 정치 지도자나 종교 지도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불필요하게 그들을 자극하는 일을 삼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복음을 증거하고 그들을 섬길지언정 불필요하게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선교학적으로 어긋나지 않은 선교를 할 때 우리는 다른 글로벌 선교단체들과도 호환이 되는 선교를 할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이들과 언제든지 네트워킹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글로벌 선교세력과 당당히 협력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선교학적인 이해를 통해 우리는 이 시대에 걸맞은 선교를 할 수 있는 체질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누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NGO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교학은 필요 없다” 혹은 “우리는 한 지역을 택해서 한 지역에 전문가이기 때문에 선교학이 필요 없다”, “선교학적인 이론이 우리의 경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선교를 하기 위하여 NGO 역할을 하든 혹은 어떤 한정된 지역에서 사역을 하든지 이제는 우리 모두가 세계화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그것이 한 구석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미디어를 통해서 언제든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고, 또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을 때 어떤 내용은 단순히 특정 단체나 그가 속한 나라나 혹은 특정 교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 영향이 미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특정한 나라의 전문가가 되기에 앞서 보다 더 거시적인 안목을 갖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이런 거시적인 상황 속에서 구체적인 선교 전략과 모델들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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