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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가 무속인가’…한국교회의 위험한 혼합주의
“백말이 풀을 뜯는 새벽이 좋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사연이다.
크리스천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제왕절개 날짜를 미신적 이유로 새벽까지 기다리게 했다는 글이었다.
이 게시물에는 “기독교와 무속이 구분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식당을 개업한 30대 A씨는 출석 교회에 개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어색함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개업 심방을 받지 않으면 복을 못 받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머니 말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러면 무당에게 부적 받아 붙이는 것과 다를 게 뭐냐고 따졌지만 돌아온 답은 기도 받아 나쁠 게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모습들은 점술과 무속적 사고가 신앙 깊숙이 스며든 사례로 꼽힌다.
점집을 찾거나 철학원에서 자녀 이름을 받는 행위는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신앙인들이 이러한 행위를 할 때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출 20:3)는 1계명과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출 20:4)는 2계명을 어기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목사를 우상화하거나 그 권위를 과도하게 포장하는 모습도 논란거리다.
분쟁 중인 교회에 출석하는 B씨는 담임목사와의 논쟁 중 “주의 종인 목사에 맞서면 3대가 벌 받는다.
아무개는 목사랑 싸우다 암에 걸려 죽었다”는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아무렇게나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이 성경적인 것이냐”며
“목사만 하나님의 사람인가. 집사나 성도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반문했다.
무속적 행태는 신앙적 가치를 왜곡하기도 한다.
장동민 백석대 교수는 “송구영신예배에서 말씀 뽑기를 점괘처럼 여기는 행위나 복을 받기 위해 헌금을 하고 봉사를 하는 태도도 샤머니즘적 신앙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샤머니즘은 인간의 본능인 두려움과 욕망에서 비롯된 보편적 종교 현상”이라며 “
기독교 신앙은 이러한 본능을 극복하고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초월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지만,
한국교회는 오히려 이러한 요소와 결합하며 혼합주의적 신앙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속적 사고의 확산은 미디어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방송과 유튜브에서는 새해맞이 신년 운세 콘텐츠가 범람한다.
방송사에서는 ‘무엇이든 물어보살’ 같은 무속 콘셉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유튜브에선 무속인이 실시간으로 사연을 받아 점과 사주를 보는 장면이 대중에 그대로 노출된다.
성석환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교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무속 콘텐츠의 증가는 기독교에게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조사에 따르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MZ세대의 영적 관심이 증가하지만 제도권 교회가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해 (신앙적으로) 제대로 된 해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무속에 빠지게 된다”며
“교회가 야훼 신앙을 회복하고 젊은 세대의 실제적인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김근주 교수는 “신앙의 본질을 놓친 종교 행위에 치중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기도, 큐티, 새벽기도 같은 종교 행위가 삶의 열매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기독교 신앙도 무속적 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교회는 신앙인들이 하나님 신뢰 안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정의를 실현하며 살아가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동준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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