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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주장] 교회의 정치적 중립은 과연 가능한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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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장로회 긴급 시국기도회2024년 12월 12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 김민수관련사진보기
지난 3일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기독교계에서도 '탄핵'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국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6일, <평화나무>는 '윤석열을 축복한 목사들에게 계엄령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침묵'했다는 보도를 냈다. 평화나무는 김삼환(명성교회), 오정현(사랑의 교회), 오정호(대전 새로남교회), 김종준(꽃동산교회), 장종현(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 서임중(포항중앙교회), 이철(강릉 중앙감리교회), 배광식(울산 대암교회) 목사에게 질의서를 발송했지만, 아무도 답변하지 않은 것이다.
12월 12일, 1970, 19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여의도에서 '민주와 헌정질서 보호를 위한 긴급 시국기도회'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했다. 그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을 뿐만 아니라 오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네 번째 담화에 격앙돼 "당장 체포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1000여 명의 기도회 참석자들은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해 "국민의힘은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5시께, 목회데이터 연구소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목회자 의견조사'에 따른 설문조사가 발표됐다. '목사 10명 중 7명이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와 함께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라는 의견은 58.7%,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36.2%였다는 설문조사도 함께 발표되었다.
필자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36.2%에는, '탄핵에는 찬성하지만 입장을 표명하면 교회 안에서 갈등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이들과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들'이 있다고 본다.
교회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회가 '정치적인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면 입장이 다른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교회는 정치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 12일 <국민일보>에는 '이념 따른 분열 조장 아닌 성경 따라 중심 잡아야... 계엄사태 속 교회 역할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중간 제목으로는 세속 정치 참여하되, '말씀' 중심으로 '하나님 나라와 공의 구해야', 교회의 분열은 막아야, 하나님 뜻 어긋난 지도자 통치에 저항하되 겸손과 온유로 등을 달았다. 이런 제목을 달고 몇몇 교계 전문가들이라는 이들의 의견을 실었다. 그 의견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 석좌교수의 의견이다.
"모든 이의 말과 행동에는 선과 악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는 것이 더 성경에 반하고 더 악한가를 잘 판단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성경은 그리스도인 개인으로서는 세속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성경이 가르치는 원칙을 잘 배운 뒤 사회로 돌아가 개인으로서 참여하라고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특정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둘째, 조성돈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인 실천신학대학원 교수의 의견이다.
"어느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먼저 정리가 돼야 하는 문제인데 여기에 교회가 힘 보태겠다고 특정한 편에 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가 분열돼 상처받는 이들이 나오게 될 상황이 더 걱정이다. 정치는 대부분 인간사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구약 성경에서 말하는 '공동체' 개념에서도 교회와 세속정치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교회가 사회에 하나님의 정의를 만들어내는 일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편이 아닌 사회의 약자를 대변하고 사회의 화해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장헌일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이자 국가조찬기도회 지도위원의 의견이다.
"진영논리나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사안을 바라보기 보다는 철저히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성경적 국가관에 입각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올바르게 흘러갈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넷째, 김철영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사무총장의 말이다.
"지도자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통치행위를 할 때는 비판하되 겸손하게, 저항하되 겸손과 온유로 해야 한다."
필자는 현장교회의 목회자로서, 시국기도회에 참여했던 목사로서 분노를 느꼈다. 이승구 석좌교수의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특정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는 의견이나, 조성돈 교수의 '교회가 힘 보태겠다고 특정한 편에 설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은 교회는 현실정치에 대해서 침묵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게다가 국가조찬기도회 지도위원인 장헌일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2024년 11월 22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성경적인 국가관에 입각한 것인가? 그나마 김철영 사무총장은 '비폭력 투쟁- 겸손하게, 온유한 마음으로'만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라고 주장하는 듯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런 류의 주장은 결국 '원수도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문자적으로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사여구로 포장된 그럴듯한 의견들 속에 들어있는 공통적인 주장은 '교회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교회는 중립적일 수 있는가? 기독교의 경전이 성경은 중립적인가? 예언자들의 선포는 중립적이었는가? 예수는 중립적이었는가? 아니, 오히려 지나치리만큼, 철저하게 편향적이었다. 게다가 예수는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 하라 하셨고, 이것이 너무 선명했던 까닭에 정치범으로 십자가에서 처형당하셨다.
그런데 그를 따른다는 집단(교회)가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면 그게 교회인가? 선과 악의 문제 앞에서 무엇이 선한 것이고, 악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말해야 교회가 아닌가?
교회나 교계의 지도자를 위치에 있는 이들이 중차대한 시국상황에서도 그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안이한 생각으로 교인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여전히 불의한 세력의 편에 서는 이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시기의 신앙고백은 두루뭉술 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립이 아니라, 선명하게 "예와 아니오"의 고백이 돼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산다. 미사여구로 신앙의 본질을 흐리게 하지 말라.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한남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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