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뤟 11일자 한국일보 1면. ⓒ 한국일보 PDF
1) '블랙리스트' 논란 속에 한강은 전진했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총 121명의 문학상 수상자 중에 아시아계로는 4번째, 여성으로는 18번째 수상이다. 2012년 이후로는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남녀가 번갈아 가며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여성 숫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한강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로 인기 작가가 됐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쓰는 과정에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 달 정도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900여 명의 목소리가 담긴 증언집을 읽었다고 한다.
'한강' 뉴스가 모든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신문들은 거의 거론하지 않았지만, <소년이 온다>는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4년 사상적 편향성을 이유로 세종도서 지원 심사에서 탈락됐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이 당시 청와대 주도로 만든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에서 한강의 이름을 확인했다.
한강 본인이 2016년 12월 13일 광주트라우마센터 주최 '치유의 인문학' 강좌에서 그 일을 언급하며 "저는 검열 없이 작품을 쓴 것 같은데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더라",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뼈아프다"고 했다.
한강이 이른 나이(53세)에 작가로서 가장 영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는 평도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작가와 출신국가 모두의 경사이지만, 작가로서는 자신과 작품의 명예를 지켜야 하는 '기나긴 길'이 펼쳐진 면이 있다.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최악의 사례다.
노르웨이 작가 두번째로 1920년 문학상을 받은 함순은 1930년대부터 히틀러의 나치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1940년 독일이 조국을 침공하자 "영국으로부터 노르웨이를 지키기 위해 독일이 왔다"는 망발을 늘어놨다. 나치가 득세할 때 히틀러의 별장으로 초청을 받는 등 위세를 부리던 그는 1945년 독일이 패망하자 반역죄로 체포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는 수모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