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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거리에 ‘한강’ 물결... “그를 읽으면 한국 이해”
“조만간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읽어볼까 해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고 하면 필독서처럼 읽는 분위기거든요!”
5일 오후(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NK백화점 인근 대형 서점 체인 아카데미북한델(Akademibokhandeln).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특별 매대에서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강의 가장 최근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들춰보던 에바 루텐스쾰드(82)씨가 말했다. 그는 “한강이라는 작가를 알고 있었지만 아직 도전하지 못했다”면서 “‘채식주의자’에는 자극적인 내용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곳 서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문구와 한강의 사진을 큰 걸개로 걸어 거리에서 보이게끔 홍보 중이었다.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강의 소설 네 편 ‘채식주의자(Vegetarianen)’ ‘소년이 온다(Levande och döda·산 것과 죽은 것)’ ‘흰(Den vita boken·흰 책)’ ‘작별하지 않는다(Jag tar inte farväl)’가 그 옆에 진열됐다. 전 세계 독자들 사이에서 ‘한강’은 더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스웨덴 현지 언론도 한강 관련 기사를 실으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스웨덴 일간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는 지난 4일 “노벨문학상이라는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이 새로운 곳을 조명하는 것은 이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는 스웨덴 문학평론가 크리스토퍼 레안두어의 기고를 실으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관심이 많은 서구 외신들은 한국의 ‘계엄 정국’과 맞물려 한강의 작품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스웨덴 일간 ‘다겐스 뉘히테르(Dagens Nyeter·DN)’는 4~5일 이틀간 신문 1면에 한국 상황을 실었다. 4일 자 1면 하단 기사는 “비상계엄이 한국 국회를 카오스에 빠뜨리다(Undantagstillstånd utlöste kaos i Sydkoreas parlament)”, 5일자 1면 톱기사는 “한국에서 계속해서 커지는 대통령 사임 요구(Krav på presidentens avgång i Sydkorea fortsätter att växa)”였다. 대통령 퇴진 집회 현장의 사진도 크게 실렸다.
5일 스웨덴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울라 라스모는 DN에 ‘한강을 읽은 이는 한국의 시위를 이해한다’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는 “최근 며칠간 한국의 뉴스를 따라가고 있다”며 “(대통령 퇴진) 시위에 참석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말을 한다. 한강의 2014년 작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면 이들이 말하는 ‘다시’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강의 소설에서는 살해당한 자, 살아남은 자, 증인들, 친척들, 죄책감을 가진 이들이 말하기 시작한다”며 “소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경험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말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서울의 거리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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