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 축복의 땅. 광야에서
펌) 옥자씨의 엔딩 파티 본문
[송길원 목사의 고백록] 아름답고 눈물겨운… 옥자씨의 엔딩파티
11시가 가까워져 오자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한다. 만나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나눈다.
“그동안 잘 있었어?"
“네 고모님도요?”
“너도 왔구나.”
건성으로 나누는 인사가 아니다.
정겨움을 견디지 못해 진한 포옹으로 맞이한다.
볼을 비빈다.
얼굴이 환해진다.
옹기종기 모여 정담을 나눈다.
그때다. 누군가 소리친다.
“옥자씨다!”
경내로 소원재단의 앰뷸런스가 미끄러지듯 들어선다.
기다리던 옥자씨가 휠체어를 타고 내린다.
옥자씨는 한 줄로 서서 박수로 맞이하는 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뚫어져라 쳐다보고 인사를 건넨다.
“너는 왜 왔어?”
“아니 너도 왔어?”
부둥켜안고 놓지 않는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시간이 인천에서 양평까지의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오늘은 83세 전옥자 할머니의 엔딩파티가 있는 날이다.
옥자씨는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이고 할머니다.
또 누구의 언니이고 조카들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옥자씨로 부르기로 했다.
손녀의 아이디어였다.
손자 손녀가 애써 제작한 추억의 영상이 소개된다.
자신의 젊은 날 모습을 보는 둥 마는 둥 흐느껴 우는 막내딸을 어루만지며 옥자씨는 손을 놓지 못한다.
이번에는 오로지 옥자씨를 위해 영상을 다시 돌린다.
큰 따님의 해설이 따른다.
이야기를 보탤 때마다 웃음이 폭죽처럼 터진다. 질곡의 세월이 흑백사진만으로 가슴 깊이 전해진다.
이번에는 손녀와 손자가 할머니에게 바치는 2중창 순서다.
손녀는 끝내 노래를 다 불러내지 못한다.
울먹이는 손녀,
함께하던 청란교회 성도들도,
스태프들의 눈에도 눈물이 그윽하다.
이어 큰딸의 편지가 낭독된다.
“사랑하는 엄마,
엄마한테 편지를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착한 우등생들과 달리 늘 엄마 속 썩이는 큰딸,
초등학교 때는 학교 무용부에 너무 들어가고 싶었는데…
무용복 살 돈이 없다는 엄마한테 ‘낳아주기만 하면 엄마냐’며 소리치고,
‘미안하다’며 달래는 엄마 맘은 얼마나 아팠을까.
이제 와 엄마한테 옛날에 잘못한 것 용서해 달라고 한들 지나간 세월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지만…
엄마 날 용서할 수 있어?
응,
용서해.”
그때 옆에서 고모가 말한다.
“엄마는 (무조건) 용서야.
” 딸의 편지 낭독은 몇 번이나 중단된다.
“편지를 쓰면서 생각해봤어.
엄마가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
또 내가 엄마라면 윤서한데 듣고 싶은 말은…
근데 한 마디 밖에는 생각이 안 나더라.
엄마 사랑해.
그리고 나중에는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나 줘.
나도 엄마처럼 사랑해 줄게.
엄마 사랑해.”
이어 참석자 모두가 돌아가며 옥자씨에게 못다 했던 말을 건넨다.
그때마다 옥자씨는 손을 어루만지고 볼을 비빈다.
심지어 기도를 하는 내 손에도 입맞춤을 한다.
전해주는 말은 한결같다.
“고마워.”
“사랑해.”
만찬을 끝내고 기도와 함께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다.
내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머니!
안녕히 가셔요.
우리 천국에서 뵈어요.”
그러자 난데없이 내게 농(弄)을 건넨다.
“나하고 같이 가.”
(깜짝 놀라)
“어머니,
지금은 안 돼요.
저는 나중 갈게요.”
지켜보던 이들까지도 웃음이 빵 터진다.
나는 이를 이별도 작별도 아닌 ‘뷰티풀 안녕’이라고 부른다.
루게릭병을 앓던 모리 슈워츠 교수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머지않은 자신의 죽음을 떠올린다.
정신이 맑을 때 미리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심한다.
친구들과 이웃을 불러 눈물 속에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모리 교수의 장례식은 죽은 자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장례식이었다.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 치르는 장례식,
엔딩파티(餘生宴)야 말로 ‘영원한 안식’을 사모하는(히 3:9~11) 이들이 또 하나의 하나님을 기억하는 방법이 아닐까.
가을이 깊어 간다.
겨울이 가까웠다.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동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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