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가 되려면
박기홍 선교사
선교사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일반 국내 목회자가 되는 것보다 어떤 부분에서 더 힘든 것은 사역지가 타문화권이라는 것과 교회가 할 수 있는 것 외의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진 후부터 약 10년을 정규 선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본다. 이 기간에 공부와 훈련 등의 준비를 하면서 파송을 위한 절차들을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 선교사가 되기까지
가. 비전 품기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되는 동기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선교에로의 헌신의 동기는 최종적으로 이성적인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교사로서의 헌신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한다. 남자의 경우라면 좋은 직장과 집안에서의 반대, 가족 부양의 부담 등이 걸림돌이 되고 여자의 경우 대부분 결혼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은 선교 헌신자들이 그냥 주저앉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다 분명한 하나님으로부터의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것과 아울러서 같이 중요한 것이 이성적인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에 의한 헌신은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쉽게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이성적인 결단을 수반한 선교에로의 헌신은 이것을 극복하게 해 준다. 왜냐하면 확고하게 세워둔 이성은 흔들리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도와 고민을 해가며, 또한 많은 물음들을 던져 가면서 내린 결정은 그 기도와 고민의 깊이만큼 견고하기 때문이다.
나. 비전 나누기와 다지기 여기서 비전이 막연한 선교에 대한 꿈일 수도 있고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나 종교권을 향한 비전일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일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내지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나누어진 비전을 여러 방법들을 통해 다지는 것이다. 선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거나 헌신하게 되었을 경우의 대부분은 어떤 사역이 자기가 해야 될 것인지도 모르고, 또한 어느 나라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려야만 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하는 것이 선교의 비전을 고취시키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교회의 목회자와 비전을 나누고 기도를 요청해야 한다.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교회의 목회자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다. 아무튼 기도를 요청하고 상담을 통해서 비전을 함께 나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목회자는 나를 양육하는 목자이고 또한 가장 가까운데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모교회(母敎會)와 처음부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교회의 목회자와 수시로 상의하고 상담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둘째, 선교에 관련된 책을 보는 것이다. 요즘 서점에 가면 선교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선교학이나 선교신학에 관련된 책들, 선교사의 간증집들, 각종 선교단체의 잡지들 등 아주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책들이 나와 있다. 이런 책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선교에 대한 개념이라든가 선교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 비전에 대한 점검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다. 선교단체와 관계 갖기 위와 같이 책을 통해서 선교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혼자서의 일이다. 선교는 선교단체와의 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선교단체와의 관계를 가지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주변에 선교단체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혼자서 선교단체를 선정하는 것이나 첫 만남의 계기를 가지는 것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1) 어떤 선교단체를 만날 것인가? 먼저 될 수 있는 대로 선교단체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정보들은 주변의 선교와 관련된 사람들이거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선교단체 소식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각 선교단체의 특성들을 잘 알게 해 준다. 선교단체들마다 나름대로의 정책이나 성격이 있어서 그러한 정책이나 성격을 잘 파악해 나의 비전에 부합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2) 정기 기도회나 세미나 참석 이렇게 선교단체의 정보를 입수하고 어느 정도 성격을 파악하였으면 이제 관계를 가지기 위해 접근을 해야 할 단계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관계를 가지기 위한 좋은 방법은 선교단체에서 주최하는 매월, 매주에 있는 기도회나 또는 비정기적인 세미나, 매년 있는 선교캠프 등에 참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도회나 정기 모임 등에 꾸준히 참석하다 보면 서로를 알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들이 생기게 되고 소속 선교사님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다.
(3) 자원봉사로 활동 이러한 만남이 어느 정도 무르익다 보면 이제 아주 걸음마 단계로서 선교회의 일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이것이 자원봉사의 기회이다. 자원봉사는 선교 관심자에게 있어서 선교의 일을 어느 정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며 선교단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선교단체에서는 그 관심자의 달란트와 성격,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4) 선교사님들과 긴밀한 교제 나누기 이렇게 관계가 좀 더 가까워지게 되면 선교사님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장래에 대한 상담과 지도를 받을 수 있는 더 많은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러한 관계까지 자라가게 되면 관심자의 구체적인 진로를 위해 함께 나눌 수 있다. 대학원을 진학한다든지, 현지 단기 선교사로 나간다든지, 아니면 전임 선교사를 위한 허입 과정을 신청한다든지 등의 여러 가지 기회에 대해 함께 나누며 조언을 구할 수가 있게 된다.
라. 정규 훈련과정 참여 이러한 선교단체와의 교제 가운데 비전에 대한 확신과 선교사를 위한 준비 과정을 가져야할 때가 되면 이제 선교단체의 훈련과정에 정식으로 등록을 해서 선교훈련을 받아야 한다. 선교단체와의 관계 속에서 먼저 그 선교단체가 하는 혹은 추천하는 훈련과정을 먼저 이수하고 그리고 나름대로의 특징이나 은사에 맞는 다른 선교 훈련을 받는 것이 좋다. 이때에 받는 선교훈련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선교단체와의 관계에선 선교 관심자에 대한 선교의 소명이나 달란트를 파악할 수 있고 본인에겐 선교의 비전과 소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마. 교회와의 관계 다지기 이러한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와의 관계이다. 수시로 그 동안의 진행 과정들을 기도 편지나 직접 대화를 통해 목회자들과 나누어야 하고, 자기의 상황을 잘 말씀드려야 한다. 또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선교의 방향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나누면서 교회가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교회와의 관계를 다지는데 있어서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기도편지가 있다.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정기적으로 기도편지를 써서 그 동안의 상황이나 신앙 상태, 기도 제목 등을 목회자와 주변의 사람들에게 주면 자기에 대해서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기도의 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선교사로서 기도편지를 쓰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역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기도편지를 써서 함께 나눈다면 정식으로 파송 받아 현지에서 기도편지를 쓸 때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바. 현지 비전트립 기회가 닿는 대로 현지로 비전트립을 떠나는 것이 좋다. 내가 국내에서 간접적인 자료들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과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는 것은 매우 다를 수 있으므로 현지에 가서 직접 그 현지의 문화를 접해보는 것은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준다. 막상 국내에서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선교지를 다른 지역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 주기도 하며, 아니면 막연했던 선교지에 대한 기대를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현지 비전트립은 타문화권에 대한 이질감이나 낯섦 등을 해소시켜 주며 여러 차례의 비전트립은 타문화권에 대한 감각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사. 선교사 후보에서 후보 선교사로 이제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선교 관심자에서 선교사 후보로 그리고 후보 선교사로 자기의 자리가 바뀌게 된다. 허입 심사를 거쳐 정식으로 허입이 되고 이제 선교사로서 모금 활동도 벌이게 된다. 또한 아울러서 현지 언어와 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습득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파송 예배를 드리게 되고 비자가 나오면 이제 한국을 떠나게 되는 때이다.
아. 파송 및 사역의 시작 하지만 파송예배를 드리고 한국을 떠났다고 해서 모든 선교단체가 다 바로 현지로 보내는 것은 아니다. 선교단체에 따라 싱가폴이나 영국 등에서 영어 훈련이나 후보자 과정을 밟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외국 선교단체일 경우는 필수적으로 이러한 곳에서 영어 및 국제 본부에서 하는 훈련들을 받게 된다. 모든 선교사가 선교지에 도착하자마자 사역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교단체들은 최소한 1년 반에서 2년 동안은 언어 훈련 기간으로 정해놓고 일체의 사역을 맡기지 않는다. 언어 훈련 그 자체가 사역인 것이다. 문화충격을 최대한 빨리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역시 그들의 말을 하루 속히 습득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교지에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언어를 습득하는데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 이제 선교사로서 본격적인 사역을 하게 되는 것이다.
2. 선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들
가. 배우려는 자세 선교사에게 있어서 배우려는 자세는 매우 필요하다. 처음 도착한 선교지에서는 모든 것을 배워야 한다. 말뿐만 아니라 버스 타는 법, 우체국 가는 법 심지어 음식 먹는 법까지 배워야 한다. 여기서 자기를 인정하려 들지 않으려 한다면 이 선교사는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고 그 사역의 초기는 무척 힘들게 보내게 된다. 또한 이러한 배우려는 자세는 현지인들과의 관계를 급속히 친밀하게 해 준다. 겸손하게 그들의 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에게 어느 현지인이 싫다고 할 것인가?
나. 개척 정신 현대 선교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정신이자 자질이다. 남의 터 위에 교회를 세우지 않겠노라고 선언한 사도 바울의 정신을 본받아 교회가 없는 곳, 복음이 아직 들어가지 못한 곳 바로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건강의 문제,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의 문제들이 있지만 19세기, 위대한 선교의 세기를 개척했던 선배 선교사님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이제 우리도 개척자로 나서야 한다.
3. 결론
모든 과정들이 위에서처럼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많은 장애물들이 있고 어려움들이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하나님께서 나를 선교사로 쓰시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신다는 것이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하나님께서 하게 한 헌신은 반드시 하나님이 다시 받으신다. 이러한 확신과 흔들리지 않는 헌신, 꾸준한 훈련이 없으면 선교사로서 쓰임을 받을 수가 없다. 수없이 많은 선교사들이 나가지만 여전히 미전도된 지역이나 종족은 많이 있고, 선교지에서도 서로 세우고 연합하지 못함으로 오히려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주는 상황이 많은 요즘, 어떠한 선교사가 되어야 할지 깊게 생각해 보아야할 때이다.
“훈련은 철저하고 신중하게, 그러나 파송은 최대한 빠르게”
(선교타임즈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