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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아버지의 빛바랜 성경책… 제겐 최고의 유산입니다[그립습니다] 본문

선교 한국/성서 한국을 기도하다

펌) 아버지의 빛바랜 성경책… 제겐 최고의 유산입니다[그립습니다]

อารีเอล 아리엘 ariel 2025. 2. 4. 15:02

아버지의 빛바랜 성경책… 제겐 최고의 유산입니다[그립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5-02-0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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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의 신학대학원 수료식에서 아들의 석사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은 아버지(김흥집 장로·왼쪽)·어머니(강인자 권사).



■ 그립습니다 - 나의 아버지 故 김흥집 장로(1930∼2023)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에 참전하셨던 나의 아버지 고향은 충남 홍성이다. 당시 부모님은 모두가 그렇듯, 시골살이가 녹록하지 않았다. 농사일이란 게 노동 집약이라 뼈 빠지게 일해야 하루를 살아내는 시절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시골에서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해서 모든 것을 정리하여, 3남 1녀 자녀 중 둘째 아들인 나만 홀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맡기고 상경하셨다. 형과 누나는 서울로 전학했고, 젖먹이 막내는 너무 어려서 데려갔는데 나는 어렸지만 의사소통할 수 있으니 남겨두고 가셨다.

서울로 이사한 우리 집의 위치는 지금의 자양동이었다. 아버지는 자양초 앞에서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열어 생계를 위해 장사를 시작하셨다. 학원이나 놀이문화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고 TV를 장만한 집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버지는 늘 삶에 최선을 다하셨고 엄하셨다. 모태신앙이었던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하교 후, 친구와 정신없이 놀다가 수요 어린이 예배를 빼먹고 아버지에게 예배드렸다고 거짓말을 한 이유로 빗자루로 종아리를 맞아 혼쭐났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울고 있는 나를 다독이며 당시 5원을 주면서 만화가게를 다녀오게 하셨다. 그 이후 나는 아버지를 실망하게 하지 않고 기쁨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련한 한 편의 동화 속 이야기 같다. 이렇듯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무척이나 엄하셨지만, 한편으로 매우 자상하셨다.

지금은 천국 가시고 내 곁에 안 계시지만, 많이 보고 싶고, 너무나 그리운 아버지시다. 천국 가시기 석 달 전,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덮고 있어 병원에 가기도 힘든 시기, 노환으로 많이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나는 치료 목적으로 119를 불러 안산의 모 대학병원으로 모셨다. 치료차 병원으로 모셨지만 아버지는 그날 이후, 석 달 동안 몇 곳의 병원을 옮기며 치료를 받으셨다. 하지만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셨다.

수도 없이 병문안도 갔었고, 위급을 알리는 전화도 내 번호를 등록해 놓았지만 정작 아버지께서 소천하시던 그날 새벽 4시, 코로나19로 모든 면회객이 병실을 비워야 했기에 병실에는 아버지 한 분만 계셨다. 위급을 알리는 간호사의 전화를 내가 못 받는 바람에 형님에게로 전화는 넘어갔고, 형님은 내게 수십 차례 전화했지만 나는 전혀 듣지를 못했다. 아침 6시 넘어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차디찬 병원 침대 위 하얀 천을 덮으시고 소천하셨다. 둘째 아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지 못하셨지만, 아버지는 하나님의 품에 안겨 천국으로 가셨다.

6·25전쟁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이신 아버지는 소강석 목사님과 새에덴교회 성도들의 장례 찬송 속에 천국 환송을 받으셨다. 유골은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하였다. 그때 나는 공황 장애로 약을 복용 중이었기에 약에 취해 못 일어난 것이었지만, 아버지께 불효를 범한 것이 지금도 생각하면 죄송하고 가슴 아프기만 하다.

                                              아버지가 평생 간직하며 읽으셨던 1956년판 성경.



존경하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이 세상 최고의 유산이 하나 있다. 그것은 부동산도 현금도 유가증권도 아닌, 바로 1956년 대한성서공회가 발행한 낡고 낡은 성경책이다. 이 성경책은 그리운 아버지의 인생이 담겨 있다. 아버지 생전 삶과 맞물린 톱니바퀴와 같이 영혼이 담긴 귀한 보배이며 또한 내가 나의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늘 잠자기 전 아버지의 성경책을 펴들고 “달고 오묘한 그 말씀 생명의 말씀은 귀한 그 말씀 진실로 생명의 말씀이 나의 길과 믿음 밝히 보여주니 아름답고 귀한 말씀 생명 샘이로다”를 되뇐다. 오늘도 변함없이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내려가고 있다. 마치 어릴 적 아버지의 팔베개에 누워, 창세기를 이야기해 주신 그때의 아버지와 함께하는 느낌이다. 오늘 밤도 빛바랜 성경책을 머리맡에 놓고, 나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유산을 남겨주신 사랑하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추모한다.

둘째 아들 김찬호(에듀포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