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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들의 세대교체
현대종교 | 김정수 기자 rlawjdtn@hanmail.net2023.06.05 13:28 입력
한국 이단들은 본격적인 세대교체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내에서 시작한 대부분의 이단 설립자들은 사망했거나 고령이다. 후계자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단들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세대교체가 필수적이다. 설립자의 부재에도 단체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는 언제나 혼란이 따르며 분파가 생긴다. 한국 이단들도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다.
이단들의 설립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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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이단들은 설립자(교주)를 보는 관점이 정통교회와 다르다. 설립자를 맹종하거나 강한 믿음을 보인다. 설립자의 말 한마디면 신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결집력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설립자가 사망했을 때 다음 대표자가 그 뒤를 이어가기가 만만치 않다.
한국의 주요 이단의 설립자들은 대부분 사망했거나 고령이다. 천부교 박태선(1917~1990), 하나님의교회 안상홍(1918~1985), 통일교 문선명(1920~2012), 승리제단(영생교) 조희성(1931~2004), 기독교복음침례회 권신찬(1923~1996), 평강제일교회(구 대성교회) 박윤식(1928~2015), 부산제일교회 박무수(1937~2022), 성락교회 김기동(1938~2022), 말씀보존학회 이송오(1939~2022) 등 이미 사망한 1세대 이단 대표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1세대 이단 설립자들도 있다. 신천지 이만희(1931~), 생명의말씀선교회 이요한(1941~), 에덴성회 이영수(1942~), 만민중앙교회 이재록(1943~), 십계석국총회 박명호(1943~), 기쁜소식선교회 박옥수(1944~),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1945~), 세계복음화전도협회 류광수(1951~), 예수중심교회 이초석(1951~)이 있다. 대부분 고령으로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며,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 2000년 이후에 생겨난 이단단체의 설립자에는 은혜로교회 신옥주(1959~, 사랑하는교회구 큰믿음교회 변승우(1963~ 등이 있다.
반쪽짜리 세대교체
1세대 설립자 사망 후 안정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룬 대표적인 이단은 하나님의교회다. 오히려 안상홍 생전의 교리를 그대로 따르는 새언약유월절하나님의교회의 규모는 작고, 안상홍 사망 후 어머니 하나님 교리를 추가해 갈라진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제는 하나님의교회라고 하면 장길자를 어머니 하나님으로 믿는 이 단체를 떠올리게 된다. 천부교는 여전히 박태선을 신격화한다. 홈페이지에는 해외 네 곳을 포함해 지교회가 127곳이 게시되어 있을 정도로 큰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승리제단도 마찬가지다. 조희성의 신격화 교리를 유지하면서 단체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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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뒤를 이은 단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통일교의 경우, 문선명의 아내 한학자가 단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온전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문선명 7남 문형진이 후계자로 예정되었으나, 한학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의 신격화 교리를 추가했다. 문형진은 따로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생추어리교회를 설립했다. 한학자는 아들 문형진을 향해 “불효막심한 패륜아”, 문형진은 어머니 한학자를 향해 “사탄의 핏줄”이라며 비판했고, 모자(母子) 간에 서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락교회는 김기동 사망 후 그 뒤를 이어 아들 김성현이 담임을 맡아 세대교체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김기동의 횡령 등 비리를 문제 삼은 신도들이 성락교회 교회개혁협의회교개협를 조직해 따로 예배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다소 평화롭게 둘로 갈라져 예배와 모임을 갖고 있지만, 처음에는 김기동 지지파와 반대파 두 집단이 몸싸움을 불사할 정도로 격렬하게 맞붙었다. 예배나 회의 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출입문 봉쇄를 위한 두꺼운 철문 용접 ▲유리창을 깨고 교회 안에 진입을 시도하는 신도들 ▲의자, 테이블, 장의자 등을 쌓아 막는 신도들 등 교회는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 진행된 여러 건의 재판이 거의 마무리가 되면서 어느 정도 진정된 상황이다. 법원은 교개협 회원들을 탈퇴자들이 아닌 개혁을 요구하는 성락교회 신도로 인정했다. 현재 교회개혁협의회는 새로운 로고도 제작하고, 정통교회 목회자를 초청해 설교를 듣는 등 기존의 성락교회와의 차별된 모습이다.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은 20대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징역 16년 형을 받아 수감 중이다. 이재록의 딸 이수진이 당회장을 맡아오고 있으나, 세대교체가 수월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재록의 범죄로 신도들이 이탈하고,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쌍둥이 목사 이희진, 이희선 부목사가 만민중앙교회를 나온 것이다. 이들은 수요예배 설교, GCN 방송국 총괄국장 등 굵직한 직책을 맡았었기에 만민중앙교회에 큰 타격을 주었다. 현재는 올네이션스 목자의 기도원을 세워 따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는 권신찬 이후 사위인 유병언의 활동이 있었으나,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같은 해에 사망했다. 다른 대표자가 있기는 하나,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권신찬의 설교 코너가 따로 있어 언제든지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대교체 이후 삐걱거리는 이단도 있다. 평강제일교회는 박윤식이 설립한 후 생전에 여러 명의 담임목사가 취임한 바 있으며, 박윤식 사망 후에는 이승현이 담임목사를 연임해 왔다. 하지만 2021년 연임투표에서 2/3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 시점부터 평강제일교회의 담임목사 부재가 길어졌다. 19차례 담임목사 투표를 재개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2022년 11월 13일 임시당회에서 대리회장으로 유종훈 목사를 선출했다.
이후 반대하는 신도들이 유종훈 목사 성전 입장을 방해하고 강단에 올라가는 등의 일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반대로 이승현 목사 반대 측은 140억 원 신학대 인수 자금 문제로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신학대 인수 자금 명목으로 받은 140억 원을 인수 불발 이후 반환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도용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기각되기는 했으나, “이 사건 혐의 내용은 무거움”이라는 내용을 볼 때 불구속 수사이긴 하나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윤식 사망 후 큰 문제가 없어 보이던 평강제일교회에도 혼돈 속에 대표자의 부재가 이어지며 주일 설교도 박윤식 영상 설교로 대체하고 있다.
세대교체를 앞둔 이단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는 세대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명석이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인자로 불리던 정조은까지 구속되었다. 과거 정명석이 10년 동안 수감되었을 때 JMS의 모든 부분을 아우르며 관리하고 결집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던 정조은까지 구속되자 JMS는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방송사와 수많은 언론들이 JMS의 실체를 보도하고 있어 탈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외적으로는 정명석 재판, 내적으로는 신도들 관리와 교육이 계속되는 가운데 특별히 JMS 신도들을 결집할 만한 대표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신천지 설립자 이만희도 93세로, 생존한 이단 설립자 중에는 최고령이다. 이만희가 신격화되어 있어 신도들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후계자 언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만희 바로 옆에서 보좌하며 후계자로 부각되었던 김남희가 있었으나, 배도자로 지목되어 퇴출당했다. 힘이 있는 지파장들은 거의 물갈이되어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총회 총무의 권력이 강화되어 고동안 총무에 대한 입지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나, 이만희를 대체할만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상황은 아니다.
생명의말씀선교회(이요한), 에덴성회(이영수), 십계석국총회(박명호), 기쁜소식선교회(박옥수), 세계복음화전도협회(류광수), 예수중심교회(이초석) 등의 이단들도 대부분 설립자가 고령으로 세대교체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단들의 세대교체 특징
이단들의 세대교체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단들의 세대교체는 설립자의 사망 후 이뤄진다는 것이다. 설립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은퇴 없이 죽을 때까지 대표자의 역할을 해왔다. 정통교회에 은퇴 나이가 정해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설립자의 신격화, 설립자에 대한 맹종 등 설립자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둘째, 주로 가족에게 세습한다. 통일교는 문선명의 아내 한학자, 성락교회는 김기동의 아들 김성현, 만민중앙교회는 이재록의 딸 이수진, 부산제일교회는 박무수의 아내 노정숙이 맡는 등 가족이 그 뒤를 잇는 단체들이 많다. 설립자의 지목, 신도들의 선택 등의 이유일 것이다. 신도들의 분란도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사망 후에도, 설립자는 지속적으로 후계자에 의해 소환된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후에도 꾸준히 설립자의 정신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비록 대표자는 다른 사람이지만, 신격화된 설립자의 정신, 교리, 운영방법 등을 따르며 단체 유지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세대교체된 대표자를 신격화하는 등 필요에 따라 교리를 바꾸기도 한다.
국내에서 발흥한 이단들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룬 곳은 하나님의교회가 유일해 보인다. 심지어 교리까지 바꿔 쪼개졌으나, 더 큰 성장을 이루었다. 대부분의 이단들은 세대교체를 진행하면서 몸살을 앓았다. 신격화, 카리스마 등 설립자에 대한 신뢰가 큰 나머지 가족이 뒤를 이은 단체들조차 갈라지거나 탈퇴자를 막지 못했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크고 작은 이단들이 생기고 사라지지만, 세대교체를 성공하는 이단은 지속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한국 이단들은 단체의 유지와 성장을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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