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 축복의 땅. 광야에서
가을의 끝자락 본문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창문을 열어 봅니다
어느새
알록 달록
어여뻣던 단풍잎은 간데없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세찬 바람에도
반항하는 소리없이
자그만한 손짓만 할 뿐입니다
두 주 전부터
붉게 물든 아기 단풍잎의 흔들림이
마음을 아프게 하며
노란 은행잎이
겨울을 재촉하는 만날재 골 바람에
흔들리고
아파하며
거센 재촉에 견디지 못해
한 잎
또 한 잎이 떨어질 때마다
쓰레기를 버리고
모퉁이를 돌아
집으로 들어오는 마음이
중심 잃은 마음과
자꾸만 숨차오는 심장의 고동을 느껴옴이
아픔이 아닌
어느 노래의 가사에 나온 것 같이
총 맞은 것 처럼
작은 구멍 난 가슴의
커다란 허전함과
시린 마음이였습니다
십여년간 잊고 살았던 가을
이제는 다 나았다고 생각한
그 가을에 앓아 온 병
가을을 타고 있었습니다
내 생각은
기억하지 못한지 오래였으나
내 몸은
아직 잊지 못하고 있었나 봅니다
애궂은
몸살 약과
입 맛에 푸념했던 두 주간
다시금
내 몸이 기억하는
부끄러운 계절 병에
식구들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이렇게 글로
그 흔적을 남겨 놓을 뿐 입니다
나를 감추려 먹어 온
몸살 약 보다
더 조은 치료 약 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젠
가을이 가고
겨울 꽃
동백이 예쁨받는 계절이 됐네요
안스럽지만
앙상한 가지만 남은
아기 단풍 나무가
조금은 세찬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어지듯이
내 맘과 생각
그리고 온 몸까지
나의 모든 것이
떠나는 가을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를
고백하며 기도하는
아침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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