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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무너진 정교분리, 이제는 기준을 세울 때다 본문

성서한국/아 ! 대 한민국

펌) 무너진 정교분리, 이제는 기준을 세울 때다

อารีเอล 아리엘 ariel 2025. 12. 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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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종교 법인의 불법적 정치 개입에 대한 법적 조치 검토 결과를 법제처장에게 묻는 이재명 대통령 ⓒ ktv 영상 갈무리관련사진보기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제20조 제2항)을 강조하며, 이를 위반해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종교 재단에 대해 제재 조치가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9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검토 결과를 묻자, 조원철 법제처장은 민법 제38조를 근거로 "종교단체가 조직적으로 굉장히 심한 정도의 위법행위를 지속했을 때 해산이 가능하다. 실제가 그에 부합한지 확인돼야 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종교 재단법인의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여권이 과거 통일교의 정치적 도움 의혹을 덮기 위한 협박성 발언"이라며 정치 공세로 맞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종교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관련 수사는 여야나 지위고하를 가리지 말고 엄정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왜 이처럼 '정교분리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을까. 무엇보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서 정교 분리 원칙이 현저히 무너져 있음을 체감하며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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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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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 사례는 차고 넘친다. 통일교 교주 한학자씨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근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는 이러한 종교의 노골적 정치 개입이 통일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천지는 교주의 지시로 10만 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특정 정당에 조직적으로 가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 사랑제일교회는 전광훈씨가 만든 자유통일당에 100억 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국가조찬기도회 이봉관 회장(서희건설 회장)과 이배용 부회장(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역시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인사 청탁을 위해 고가의 선물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정교분리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민주공화국에서 정교분리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 질서에 해당한다. 이 원칙의 역사적 뿌리는 중세 유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카놋사의 굴욕'으로 상징되는 서임권 투쟁에서 보듯, 한때 종교는 정치권력을 쥐락펴락했다. 16세기 종교개혁기에는 국왕이 어느 교파를 택했는가에 따라 국가 전체가 전쟁에 휘말렸고,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다. 이러한 참혹한 경험 끝에 정치와 종교는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교훈이 확립됐다.

한국 사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전 국민이 신사참배를 강요받았고, 해방 이후에도 정치권력이 종교를 선거 동원이나 이념 확산의 수단으로 활용한 어두운 기억이 있다. 헌법이 명시적으로 정교분리를 선언한 이유는 이러한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정교분리는 국가가 종교를 억압하라는 뜻이 아니다. 국가는 특정 종교를 강요하거나 우대·차별해서도 안 된다. 종교 역시 정치 권력과 결탁해 공익을 해치는 행위에 나서서는 안 된다. 다만 이 원칙이 종교의 정치적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는 정부 정책에 대해 지지하거나 비판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정당이나 정치 세력과 조직적으로 결합해 불법적인 정치 행위를 하거나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이 보호하는 영역이 아니다.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는 행위 역시 동일하게 금지돼야 한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지사는 신천지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며 공공 안전을 위협하자 단호히 대응했다. 신천지 본부와 연수원까지 직접 찾아가 명단 확보와 검체 채취를 지시하며, 방역 행정을 주도했다. 이 같은 경험이 종교 역시 민주 헌정 질서 안에 있어야 하며 결코 치외법권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물론 종교 재단 해산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공익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 법인의 목적이나 존재 자체가 공익을 침해하거나 ▲ 법인의 행위가 직접적·구체적으로 공익을 해해야 하고, 설령 이 요건이 충족된다 하더라도 해산이나 허가 취소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

문체부가 민법 제38조에 근거해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는 일은 현행 법상 가능하다. 하지만 과연 법원이 그 정당성을 인정할지는 미지수이다. 관련 소송과 재판 과정에서 종교의 자유, 정교분리를 둘러싼 헌법 논쟁과 정치적 반발로 한동안 혼란과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종교와 정치의 유착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정교분리 원칙이 무력화 될 때 위협 받는 것은 특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나 정치 권력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헌정 질서 자체다. 지금 시급한 일은 정치 공방이 아니라 어느 선까지가 종교의 자유이고 어디서부터가 헌법 위반인지를 가늠할 뚜렷한 기준점이다. 그 기준을 세우지 못한다면, 정교분리는 있으나 마나한 헌법 조항의 문장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종교재단#정교분리#종교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