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심장·뇌 서서히 죽이는 '침묵의 살인자'…"소금 섭취 줄여라" 의사의 특명
심장·뇌 서서히 죽이는 '침묵의 살인자'…"소금 섭취 줄여라" 의사의 특명


고혈압은 혈관 안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혈압이 높아도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혈압 상태를 모른 채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고혈압은 '조용한 살인자' 또는 '침묵의 질환'이라 불린다. 고혈압은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심장, 뇌, 콩팥, 눈 등의 장기를 서서히 손상하는 질환이므로 반드시 조기 발견과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흔한 만성질환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약 30%, 약 1300만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 이 중 남성은 약 720만 명, 여성은 약 580만 명이며 65세 이상 고령층만 해도 580만 명에 달한다. 고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데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점차 유병률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은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고혈압은 모든 연령층에서 관리가 필요한 건강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고혈압은 다양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 벽이 손상되고, 이에 따라 주요 장기에 부담이 가해지면서 문제가 생긴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 △심장에 부담을 주는 심근경색과 심부전 △콩팥 기능을 떨어뜨리는 만성 신장병 △시력을 위협하는 망막병증 등이 있다.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으로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는 회복이 어렵고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예방과 조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은 혈압 측정을 통해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병원에서 혈압계를 이용하거나, 가정에서 자동 혈압계를 사용해 측정해도 된다. 단, 한 번 측정해서 높게 나왔다고 바로 고혈압으로 진단하지는 않으며, 여러 날에 걸쳐 반복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또한 병원에 오면 긴장으로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고혈압'과 병원에서는 정상이지만 일상생활 중 혈압이 높은 '가면고혈압'도 존재한다. 이 경우에는 가정혈압 측정이나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ambulatory blood pressure monitoring, ABPM)이 보다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평소 집에서 꾸준히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중 본인이 고혈압임을 인지하는 비율은 77%, 약물치료를 받는 비율은 74%, 혈압이 적절히 조절되는 비율은 59% 수준이다. 과거에 비해 인지율과 치료율은 향상됐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환자가 혈압 조절에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 연령대의 고혈압 유병자는 약 89만 명으로 추정되나 이 중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36만 명, 지속해서 치료받는 사람은 13만 명에 불과하다. 인지율은 36%, 치료율은 35%, 조절률은 3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조기에 고혈압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공공 보건의 노력이 절실하다.
고혈압은 생활 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를 통해 관리한다. 혈압이 경계선이거나 전 단계 고혈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면 고혈압이 지속되거나 고위험군이라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생활 습관 개선으로는 첫째,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소금 섭취량은 6g 이하가 적정하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빠르게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이상 실시한다. 셋째,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 떨어지므로 적정 체중 유지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금연, 절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이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는 상태에 따라 1제 혹은 2제 이상의 병합요법으로 이뤄지며, 대표적으로 안지오텐신차단제, 칼슘통로차단제, 이뇨제, 베타차단제 등이 사용된다. 약은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꾸준히 복용해야 하며 스스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혈압이 조절되었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혈압과 약물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고혈압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그로 인한 합병증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지금 내 혈압이 어떤지 한 번쯤 확인해 보자.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음식 선택 시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고 가공식품이나 외식은 줄이는 것이 좋다. 꾸준한 운동과 함께 스트레스를 줄이는 취미 활동, 충분한 수면도 혈압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가족 중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건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외부 기고자 - 김현진 한양대구리병원 심장내과 교수